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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리뷰] 호수 속의 여인

by 북노마드 2024.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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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호수 속의 여인'이라는 소설을 가져와 봤습니다.

그럼 시작해 볼게요!

***

책을 택한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는 나탈리 포트만 주연으로 애플TV 드라마 제작이 확정되었다는 것, 즉 어느 정도 재미는 보장되었다는 점,

둘째는 스티븐 킹의 극찬 때문이다.

"미국에서 루스 렌들과 가장 가까운 작가. 이 책은 당시 여성에게 기대되는 것과 여성이 열망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잘 보여주고 있다."

루스 렌들? 찾아보니 유명한 스릴러 작가다.

# 1930년 런던 출생, ‘루스 렌델’, ‘바바라 바인’이라는 두 개의 이름으로 소설을 발표한다. 1964년 첫 작품을 발표했고, 작가로서 영국 왕실에서 수여하는 작위를 받은 영국 최고의 스릴러 작가. 일생 동안 스릴러 소설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작가에게 수여하는 《다이아몬드 대거상》을 1991년에 수상했고, 미국에서도 《에드거 앨런 포 상》을 3회 수상했다. - 출처 : 교보문고 인물 소개

상의 정체는 잘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엄청난 작가인 모양이다.

아무튼 기대를 안고 펼쳐본 소설은 어쩐지 잘 읽히지가 않았다. 읽는 내내 문장들이 거슬렀다. 원작 자체의 문체 탓인지, 아니면 번역의 탓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마치 모래를 다져 빵을 만들고자 한 기분이랄까. 멀리도 아니고, 바로 앞뒤의 문장조차도 제대로 붙지 않는 느낌이다.

 

문체도 문체지만, 작가가 도입한 소설의 구성 탓도 있을 것이다. 작가는 메인 여주인 매디를 3인칭 시점으로 그리면서도 매디가 만나는 사람들로 매번 시선이 넘어가는 형식을 띤다. 매디가 식당에 방문했을 때 스쳐간 서빙하는 직원의 시선, 매디가 인터뷰한 바텐더의 시선 등이 매디의 시점과 교차되어 그려진다. 매디를 제외한 다른 이들의 시선은 때론 1인칭 시점('나')으로, 때로는 3인칭 시점으로 그려져서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나 감이 잡히지 않을 때가 많다. 물론 영상화가 되면 화자의 목소리나 변경되는 장면(이를테면 매디가 식당에 들어오는 것을 보는 식당 직원 관점의 카메라 워킹)으로 충분히 책의 모호한 부분들을 보완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텍스트로 내용에 빠져들게 하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듯싶다.

아무튼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면, 여주 매디는 이제 30대 후반에 접어든 유부녀이다. 남편은 잘나가는 변호사이고 둘 사이에는 아들이 하나 있다. 아무런 부족함이 없는 그녀를 37세 생일을 한 달 앞두고 남편에게 이혼을 선포한다. 물론 남편은 시간을 가지자고 대꾸하고 일단 둘은 별거에 들어간다. 매디는 조그마한 도시로 옮기고 20대 초반 결혼 이후에 지속적으로 받아온 경제적 지원이 끊기자 - 고가의 - 결혼반지를 팔아보지만 생활을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일을 시작해 볼까 한다. 그곳에서 퍼디라는 연하의 흑인 경찰과 눈이 맞고, 그에게서 전해 들은 살인사건에 대한 정보를 기자에게 제공한 대가로 우연찮게 지방 잡지사에 취업을 하게 된다.

소설은 배경은 1960년대이다.

취업을 한 이후에 최근에 일어난 일이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은 한 가지 사건에 매디는 지독하게 집착하게 된다.

20대 흑인 여성의 죽음. 연못 위에서 변사체로 떠오른 사건.

 

경찰은 단순 자살로 종결지어 버리지만 매디는 어딘가 탐탁지가 않다. 매디가 보기에는 살인사건이다. 매디는 이 사건을 캐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말린다. 심지어 현재 남자친구는 - 같은 - 흑인인 퍼디까지도.

사람들은 흑인이 죽은 거에 아무런 관심이 없어. 설사 살인사건으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관심이 없을 거야.

라고 말하면서, 기사 꺼리지도 되지 않은 사건에 매달리는 매디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매디가 사건에 급히 개입될수록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저지한다. 흔한 말대로 더 알게 되면 다친다는. 사건을 깊이 들어갈수록 나는 혹시 매디의 남친인 퍼디가 범인이 아닐까, 라는 내 나름의 '반전'을 상상하며 읽었다. 왜냐면 매디는 죽은 흑인 여성이 다음 의원 선거에서 당선이 확실한 70대 남성의 내연녀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소설은 거의 확정적으로 그 남자의 지시로 인한 살인사건으로 몰고 가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시시하게 결론을 내렸다면 스티븐 킹이 강력 추천하지 않았을 테지만.

몇 장 넘지 않아서 소설은 반전을 제시한다. 바로 전에 읽었던 '홍학의 자리'에서도 느꼈던 거지만 이 책 또한 작가가 제시하는 반전이 꽤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비록 예측하지는 못했지만 어디서 봤을 법한 고리타분한 결말이라고 할까.

소설을 읽으면서 1960년대의 미국에 대해 상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흑인들이 어떤 대우를 받으며 살았는지, 익히 영화나 드라마로 봤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수준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또한, 스티븐 킹이 지적했듯이

'당시 여성에게 기대되는 것과 여성이 열망하는 것 사이의 간극'

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10대 후반 시절에 굉장히 매력적이었던 매디는 마음만 먹으면 남자들을 유혹해 원하는 것을 아는 여자였고, 30대 후반의 유부녀가 된 지금도 - 비록 젊었을 때보다는 뱃살이 좀 나오긴 했지만 - 여전히 남자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머문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걸 잘 이용할 줄 아는 여자로 나온다. 그런 장점을 활용하여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유복한 결혼생활을 제 발로 차고 나와, 어릴 적 꿈도 아니었고, 글쓰기에 탁월한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기자'가 되었고, 결국 성공적인 기자가 되는 매디(*실제로 소설은 19년이 훌쩍 넘어 퓰러처상 최종 후보로도 올라가며, 성공적인 기자로서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과연 그녀에게 1960년대의 미국 사회가 기대했던 것은 무엇이었고, 그 속에서 그녀가 열망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지 몇 분이 지나지 않았다. 생각을 조금 더 가다듬는 데 며칠의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

***

개인적으로 책으로는 권장하고 싶지는 않네요. 읽기가 약간 버겁다고 할까요?

다만, 영상화가 된다면 꽤나 흥미롭게 그려질 것 같습니다. 애플TV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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