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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리뷰] 신을 죽인 여자들

by 북노마드 2024.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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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시작해 볼게요^^

*********

크리스토퍼 놀란

모르긴 몰라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헐리우드 감독 중 하나일게다. 인터스텔라, 배트맨 시리즈(배트맨 비긴즈, 다크나이트, 다크나이트 라이즈), 메멘토, 테넷, 그리고 최근의 오펜하이머까지 제목만 들어도 꽤나 친숙한 영화를 만든 감독이다. 오랜 버릇 중 하나가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나면 감독을 찾아보고 - 특히나 감독이 각본까지 쓰는 경우에는 - 감독에게 영향을 준 책들을 찾아서 읽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경우에는 그다지 많은 책들이 검색되지 않았는데, 어렵게 찾은 그의 독서목록에 적힌 작가가 아르헨티나 출신이었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픽션들, 바벨의 도서관(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아버지가 무중력 상태(?)에 갇혀 있는 듯한 배경이 되는 도서관이 이 소설의 도서관 개념에서 착안되었다고 한다) 등, 몇 권의 책을 빌렸지만 그다지 읽히지 않아 덮고 말았다(실제로 그의 책은 꽤나 난해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 보르헤스 이후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아르헨티나의 대표 작가 클라우디아 피녜이로의 대표작 『신을 죽인 여자들』

보르헤스의 뒤를 잇는 수준은 아니지만 어찌됐든 아르헨티나 작가는 꽤나 익숙하지 않은 탓에 퍼뜩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책은 범죄소설이다. 책은 '아나'라는 소녀가 토막 살인이 되어 - 그것도 시체가 불에 태워져 - 발견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나는 두 명의 자매가 있다. 큰 언니 카르멘, 둘째 언니 리아.

 

신을 죽인 여자들, 이라는 제목답게 아나의 장례식에서 아나의 둘째 언니가 공공연하게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 라고 사람들에게 선언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리아의 말에 경악을 하고 서둘러 리아의 입을 막는다(*책을 다 읽고 찾아보니, 아르헨티나는 전 국민의 90%가 카톨릭을 믿는 대표적인 카톨릭 국가네요).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을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모국을 떠나 리아는 스페인의 산티아고에 - 순례길을 떠나는 사람들이 누구나 거칠 수밖에 없는 곳에 - 조그마한 서점을 차린다. 신을 믿는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상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어서다.

그렇게 3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다. 당시 아나의 살인범은 잡히지 않았고 수사는 종결되었지만 리아는 여전히 여동생 아나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는 꼭 진범을 잡고 말겠다라는 일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가족들과는 모두 연락이 끊겼지만 유일하게 아버지와 - 실제 물리적인 - 편지를 주고 받고 있다. 리아는 가족 중에서 아버지와 유일하게 말이 통한다. 고집불통 신자인 어머니와 언니 카르멘과는 대화를 하고 싶지 않다. 언니 카르멘은 아름다운 외모에 강단 있는 성격 탓에 대외적으로는 사람들의 칭송을 받고 있지만 집에서는 자기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동생들(리아, 아나)을 방에 가둬버릴 정도록 표독스럽다. 아나의 장례식에서도 어머니와 카르멘은 '신의 뜻'을 운운하며 그런 끔찍한 일이 가족들에게 일어난 것에 대한 사죄의 기도를 올리고, 본인 가족들의 '부윤리성', '부도덕성', '믿음의 결핍(특히 리아)'을 말한다. 실제 진범은 그들에게는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아 보인다.

그러던 중 서점에 언니 카르멘이 찾아온다. 30년 만에 보는 것이지만 리아는 카르멘을 한 눈에 알아본다. 거만한 자세와 변화 없는 무심한 표정. 그녀의 옆에는 훌리안이 서 있다. 장례식장에 본 옆집 사는 남자가 왜?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카르멘과 훌리안을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그 사실도 카르멘의 입을 통해 알게 된다, 아버지하고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일절 나누지 않았으니까. 한때 사제를 꿈꾸었던 훌리안과 독실한 신자인 카르멘의 아래에서 태어난 아들 마테오는 그들의 바람대로 건실하고 착실하게 자라난다. 대학을 거의 마칠 즈음에 아들 마테오가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리아는 그게 자신과 무슨 상관이냐고 묻는다(당연하다, 그들이 결혼을 했고, 아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조금 전에 들은 거니까).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연락이 두절되고, 사라진 그가 마지막으로 카드를 사용한 게 바로 이 서점이었다고 말한다. 서점 주인을 조회해 보니 소스라치게도 30년 전에 가족들과 연락을 끊은 리아였다는 사실도 함께.

마테오는 왜 리아를 찾아왔을까.

카르멘 부부가 돌아가고 몇 일 뒤에 마테오가 리아 앞에 나타난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둘이 만나게 되면 이 편지를 같이 뜯어보라는 말을 남겼다고. 그래서 찾아온 거라고. 사실 마테오는 부모 밑에서 성실하게 자랐지만, 무엇인가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언제나 받곤 했다. 왜 자신을 가졌냐는 자신의 질문에 엄마인 카르멘은 "그건 하나님의 바라셨기 때문이란다"라고 답한다. 마테오는 그렇게 자신의 양육까지 모든 것이 신의 계획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이 무서웠고 그들에게서 도망치고 싶었다. 그래서 할아버지(사회적으로는 독실한 신자이나, 책을 많이 섭렵해서 자신의 신앙기준을 유연하게 생각하는 존재다)에게 리아 이모의 얘기를 듣고는 찾아오긴 했지만, 리아 이모가 엄마 카르멘과 비슷하다면(외모나 성격) 그냥 돌아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리아 이모는 카르멘과 닮은 구석이 없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엄마와 다르게 사람들에게 따스하고 친절했다.

책은 6개의 채프터로 구성이 되어 있고, 각 채프터의 각 인물의 시선으로 서술된다.

1. 리아 (아나의 둘째 언니)

2. 마테오 (맏언니 카르멘의 아들)

3. 마르셀라 (아나의 절친 - 사고로 인해 선천성 기억장애(사건을 기준으로 그 이후의 사건은 기억하지 못한다))

4. 엘메르 (아나 사건의 수사자 - 당시 대학을 갓 졸업하고 맡은 첫 사건이었다)

5. 홀리안 (마테오의 아버지이자 카르멘의 남편)

6. 카르멘 (아나의 첫째 언니)

하나의 사건을 각 인물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신선했고, 무엇보다 그를 통해 조금씩 실타래를 풀어가는 방식이 굉장히 흥미롭다.

아나는 왜 죽었을까, 진범은 누구였을까, 진범은 왜 아나를 죽였을까, 라는 미스테리가 작품 내내 머릿속을 사로잡아 끝까지 몰입감 있게 읽었다.

무엇보다 단순히 범죄소설이 아니라, 책 제목 '신을 죽인 여자들'이 암시하듯, 인간에 '신앙'이라는 존재는 무엇인지, 어떻게 믿고 살아가야 하는지, 에 대한 나름의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던져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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