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입이 떡 벌어진 책 한권을 가져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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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한달음에 읽은 책이다.
어쩌다가 링크가 추천되어 보게 되었지만, 아직 유튜브나 블로그에 리뷰가 별로 없는 책이라 서점에 곧장 달려가 그 자리에서 후루룩- 읽게 된 책이다.
사실 유튜브에 틀면 나오는 ‘책을 읽으면 부자가 된다’ 라는 말은 나와는 상관 없는 말인 것 같았다. 주로 읽는 분야가 소설이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한때 숱하게 탐독했던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은 심리(무의식)의 문제와 습관의 문제로 귀결되니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실제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부동산 경매와 같은 책은 그다지 손이 가지 않은지라.
그란데 이 책의 ‘통찰’에 보는 내내 감탄을 했다. 정말 책을 읽으면서 손에 땀이 나기는 20대 때 이후 처음이었다. 처음 서울의 대형서점에 발을 내디뎠을 때 책 속에 가득한 내가 몰랐던 세상의 모든 비기(가문에서만 비밀리에 내려오는 무림 비기 같은)들에 숨이 막힐 것 같았던 ‘느낌’을 간만에 받았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저자는 일본의 무명 개그맨 출신이다. 개그맨으로 잘 풀리지 않자 개그맨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사업으로 부자가 된 사람이다.
지금은 흔해진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을 처음 일본에 도입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처음 크라우드 펀딩의 아이디어를 사람들에게 말했을 때 사람들은 콧방귀를 뀌었다고 한다. 그런 게 되겠냐고. 누가 너 따위에게 미리 돈을 주겠다는 말이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이미 완성된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성비를 따져보고 구입을 하던 시절이었다. 실체도 없는 상품, 서비스에 사람들이 미리 돈을 낼 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시는 바와 같이 지금은 일상이 되었다. 물론 저자가 단순히 - 이미 식상할대로 식상한 격언과 같은 -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ly)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인사이트가 담긴 부분을 몇 개 소개하겠다.
책의 도입부에 왜 비행기에 퍼스트 클래스, 비즈니스 클래스가 필요한지를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대다수 사람들은 퍼스트, 비즈니스의 고급진 자리를 지나서 이코노미로 향한다. 그러면서 좋겠다, 라는 부러운 시선을 가지기도 하고 때로는 조롱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지향해서 만약 모든 비행기의 좌석을 이코노미로 만들게 되면 어떻게 될까?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비행기 티켓값이 올라간다고 한다. 부자들이 - 때론 말도 안 되는 - 비싼 가격으로 퍼스트, 비즈니스를 소비하기 때문에 비행기 이착륙에 필요한 최소경비를 충당할 수가 있다는 말이다.
둘째로 지금은 ‘기능’에 차별화가 없어진 시대다. 예전에는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아서 맛 없는 집이 존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맛 없는 집에 대한 검색이 용이해지기도 했고, 레시피의 공유 등이 쉬이 이루어져 맛이라는 ‘기능’의 차별이 거의 없어졌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극도로 섬세한 미식가의 감각을 지닌 일부를 제외한 일반 대중의 입맛에 맞는 80점 이상의 라멘집이 일반화되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81점, 85점, 90점을 맞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을 지적하면서 저자는 한국도 마찬가지의 문화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돈을 버는 관점에서는 기능을 조금 더 섬세하게 만들기 보다는, 되레 ‘의미’를 파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프리니엄은 ‘기능’을 팔지만 럭셔리는 ‘의미’를 판다고 한다. 도요타, 현대차를 사는 사람들은 ‘기능’에 집중하지만 - 그 기능도 요즘은 대동소이해졌다 - 람보르기니를 사는 사람들은 시속 300키로를 넘는 슈퍼카이지만 실제로 도로에서 300키로를 달릴 수 없을 뿐더러 그들은 운전하지 않고 - 집에서 와인을 마시면서 - 감상한다고 한다. 부자들은 얼마든지 큰 돈을 주고도 럭셔리를 소비한다고 한다. 거기에는 경쟁이 없다. Only One의 ‘의미’를 파니까.
럭셔리에 대해서도 재밌는 예를 든다. 뮤지컬 공연의 VIP자리라면 보통의 사람들은 맨 앞자리를 떠오른다. 그렇지만 VIP로 초대받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 방해받지 않고 -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의 대화, 연인과의 사적인 대화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대의 맨 1열이 아니라 맨 뒷자리, 그러니까 아무리 크게 떠들어도 사람들이 뭐라 하지 않는 장소(무대는 스크린으로 보면 그만이다)가 부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박리다매의 시대는 끝난 것이다. 인구절벽으로 향해 가면서 이제는 가격을 아무리 낮춰도 구매를 해 줄 인구 자체가 줄고 있다. 그러므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더더욱 의미를 팔아야 한다.
유명 아이돌 가수가 콘서트를 연다고 하자. 팬들을 위해 티셔츠를 주기로 했다. 그럴 경우
1. 나중에도 활용할 수 있게 무난한 티셔츠
2. 가수의 얼굴이나 이름이 크게 새겨진 티셔츠
중에 어떤 것을 줘야 할까? 무대기획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활용성을 고려하여 1번은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팬들은 2번을 원한다. 부끄럽지만 나중에 일상에서 입을 수는 없지만 그날의 특별한 경험이라는 ’의미’를 찾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자는 - 지금의 부를 축적하기 전에 - 부자가 아니기에 부자의 경험을 미리 해보고자 한다. 그래서 1성급에서 5성급 호텔까지 순차적으로 경험해 보기로 한다. 급이 올라갈 수록 확실히 ‘기능’이 좋아진다(화장실의 크기라든지, 청결성이라든지). 일단 5성급으로 가면 그다지 차이가 없게 된다. 그렇지만 5성급에서 유달리 고가의 요금을 요구하는 호텔이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한 경험을 소개한다.
한번은 꽤 외지의 5성급 호텔에 3박을 할 일이 있었다고 한다. 깜빡하고 C타입 충전기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충전기가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 검색을 해보니 택시를 타게 되면 기본요금으로 갈 수 있는 편의점이 있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 돈이 아까웠던 탓에 로비에 문의를 하게 된다. 잠시 후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고 호텔 직원이 미소를 지으면서 충전기를 건네줬다고 한다. 그때의 ‘감동’을 아직까지 잊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보통의 호텔들은 이런 경우 어떻게 할까? 아마 회의를 통해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C타입 충전기를 전 객실에 비치하기로 한다. 그렇지만 진정한 럭셔리 호텔은 편의성보다는 ‘불편하지만 반기는 서비스’를 유지할 거라는 말이다.
다이소에서도 웬만한 ‘기능’을 하는 제품을 살 수 있는 시대.
인구가 고령화되고 저출산 기조가 강화되는 시대.
AI가 인간의 노동력(나중에는 아마 영업까지도?)을 대체하는 시대.
그래서 우리는 경쟁이 없는 럭셔리로 나아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의미’를 팔아야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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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돈’, 2부는 ‘꿈’, 3부는 ‘다시 돈’.
물론 후반부로 가면서 의미를 팔기 위해서 팬을 만들어야 하는 부분(본인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하는 부분)에서는 약간의 다단계 냄새가 나기도 했으며, 마지막 3부에서는 NFT를 언급해서 엥? 이게 뭐지, 라고 싶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이 분명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인사이트(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해 준)를 보여준 전반부는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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