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세계 3대(?) 불륜 소설 中 하나인 "주홍글자"를 들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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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 '주홍글씨'로 낙인이 찍힌 소설. 물론 한국에는 주홍글자, 주홍글씨 두 가지 모두로 번역이 나와 있다.
내가 읽은 버전은 열린책들의 '주홍글자'이다.
읽게 된 계기는 '마담 보바리'를 읽고 나서 다른 사람의 리뷰를 찾아보면서다. 세계 3대, 4대, 5대 불륜소설이 언급되어 있었다.
첫 번째 책(아마 넘버원이겠지)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이다. 둘째가 '마담 보바리'. 문제는 3대, 4대가 문제다.
찾아보는 웹사이트별로 차이가 있지만(주홍글자(나다니엘 호손), 인생의 베일(서머싯 몸), 에피 브리스트(테오도르 폰타네)) 나는호손의 주홍글자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유는 아주 어릴 적에 - 당시 리즈 시절이었던 - 데미 무어가 영화 <주홍글씨>의 주연을 맡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로 만들어졌다면, 게다가 데미 무어가 주연이었다면 어느 정도의 재미는 보장된 것이 아닐까, 싶었고, 영상에서는 다루지 못할 원작의 치열한 고민을 읽어 보고 싶었다.
책은 헤스터 프린이라는 여인이 갓 태어난 아이를 품에 안고 형장으로 향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헤스터 프린은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진 죄를 지었다. 헤스터 프린에게는 평생 A라고 새겨진 주홍글자를 가슴에 달고 다녀야 하는 형벌이 내려진다. 그 시작은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에서 주홍글자를 달고 30분 동안 서 있는 것이다.
당시(17세기 말)에는 여러가지 처벌들이 있었지만 사람들에게 수치심과 모욕감을 받는 것도 큰 형벌이었다고 한다(소설적 가정인지, 현실도 그랬는지는 책만으로는 명확하지가 않다). 헤스터 프린은 끝까지 자신의 정부를 끝내 발설하지 않고 홀로 주홍글자를 달고 다니기로 결정한다.
우스운 것은 타고날 때부터 아름답고 우아했던 헤스터 프린이 형장에 등장하자 주홍글자는 되레 속박이라기 보다는
그녀를 더욱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일종의 후광으로 작용하게 한다는 것이다(마치 성모 마리아의 현신인 것처럼 그려진다).
헤스터는 끝내 정부(아이의 아빠)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그런 헤스터를 우수에 찬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좌우가 지나치게 비대칭적인 어깨를 가진 이 남자가 잠시 후 헤스터의 감옥에 나타난다. 형 집행 후에 몸이 안 좋아진 헤스터를 위해 감옥의 관리자가 외지에서 온 용하다는 의사를 부른 것이다. 관리자가 자리를 비우자 나이 든 의사가 말한다.
당신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당신이 내게 속죄하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남편이었다는 사실은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하라는 거였다. 그러면서 증오에 찬 눈빛으로 아이의 아빠가 누군지 말하라고 한다. 하지만 헤스터는 끝내 입을 열지 않는다. 노의사는 반드시 아이의 아빠를 찾아내서 복수를 하겠다고 한다.
아이의 아빠은 실은 당시 경건심을 불러 일으키는 설교로 사람들의 칭송을 받고 있는 젊은 목사 딤스테일이었다.
목사는 헤스터의 비호 뒤에 숨어서 헤스터의 형이 집행되는 것을 총독과 늙은 목사와 같이 지켜보았다. 그때부터 딤스테일은
극심한 죄책감에 사로 잡힌다. 그렇지만 그 죄책감으로 인해 극도로 예민해지고 민감해진 설교는 지켜보는 사람들을 신앙심에 젖게 만들어 젊은 목사에 대한 찬사는 갈수록 높아진다.
원체부터 허약한 몸을 타고난 딤스테일은 죄의식으로 인하여 갈수록 몸이 쇠약해진다. 그런 목사를 지켜보다 못해
사람들은 타지에서 온 용하다는 노의사 칠링워스를 딤스테일의 곁에 붙여 준다. 노의사는 예민한 관찰력으로 평소부터
딤스테일을 의심해 왔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하지 못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재에서 깊이 잠든 딤스테일 목사를
발견하고 그의 가슴 살점에 박혀 있는 '그것'을 보고, 확신에 이른다.
죄의식에 사로잡힌 딤스테일이 방황하다 멈춘 깊은 숲 속에서 헤스터와 그의 딸 펄(헤스터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지킨 값진 아이라서 펄이라 이름짓는다)과 조우한다. 헤스터는 가슴에 달린 주홍글자를 개울가 물 속에 집어 던지면서 더 이상 고뇌하지 말고 같이 도망쳐서 자유롭게 살자고 한다. 평생을 기독교 교리에 헌신하던 딤스테일에게 헤스터의 제안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었고, 수락한다. 개울가 건너편에는 개울에 비친 자신을 보고 장난을 치고 있던 펄이 보인다. 헤스터는 어서 개울을 넘어와서 엄마를 안아 달라고 한다.
하지만 갑자기 펄이 괴음을 지른다. 헤스터는 펄을 진정시키기 위해 물속에 집어 던진 주홍글자를 다시 가슴에 단다. 그제서야 펄이 개울을 건너 그들에게 넘어 온다. 부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딤스테일이 펄의 이마에 키스를 한다. 하지만 펄은 끔찍한 표정을 지으면서 개울가로 달려가 이마를 숱하게 씻어낸다.
과연 그들은 도망을 가서 행복하게 살았을까요? 아니면 죄에 대한 형벌을 받게 될까요?
결말은 책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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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손은 불륜의 씨앗이자 새로운 생명인 펄을 천사(지나가는 행인들이 끌어안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행색)이면서도
악마(엄마와 떨어져 기독학교에 들어갈지도 모를 목사의 질문에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악의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로 묘사를 합니다. 무엇보다 펄은 작품 내내 유령 같이 묘사가 됩니다. 즉 산 자와 죽은 자의 중간자적 존재로 묘사가 됩니다.
실은 작품에 등장하는 모두가 중간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헤스터는 주홍글자를 달고 있는 이상 - 온전히 - 산 자의 대우를 받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세상 사람들에게 완전히 보이지 않는 죽은 자도 아닙니다. 딤스테일 목사 또한 곁으로 마을 주민 전체의 신망을 받는 - 제대로 - 산 자처럼 비춰지지만 그 안은 완전히 썩어 들어가고 있습니다. 노의사 칠링워스도 의술을 통해 마을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며 살고 있지만, 그 마음을 들여다보면 딤스테일 목사를 직접 고발하지 말고 본인이 은근한 말들로 압박을 하면서 영혼까지 말라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모두가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펄'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찔한 불륜장면의 묘사를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비추(정말 한 장면도 나오지 않습니다), 죄책감과 복수심에 대한 깊은 탐구를 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강력하게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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