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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소설 추천]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by 북노마드 2024.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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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서미싯 몸의 “달과 6펜스”라는 소설을 들고 와 봤습니다.

 

그럼 시작해 볼게요^^ (스포는 거의 없습니다)


 

화가 고갱을 실제 모델로 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것 말고는 이 작품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없었다.

 

 

언젠가 한번 읽어 봐야지, 읽어 봐야지, 하는 작품이었지만 좀처럼 손이 가지 않은 작품이었다. 

이유인즉슨 - 비록 유명하지만 - 고갱의 작품에서 그다지 어떤 매력을 발견하지 못했던 탓이 크겠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게 되면 어쩐지 고갱과 사랑에 빠지지 않을까 싶은 은근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 건 브랜드의 이야기에 빨려 들면 그 브랜드를 소비하게 되듯이 화가의 일대기를 알게 되면서

그에 대한 묘한 연대감을 느끼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는 고갱의 작품들을 다시 찾아보게 만들었으니, 책은 그것 만으로도 책은 성공한 셈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찰스 스트릭랜드(고갱). 그는 잘 나가는 증권 브로커였다. 

이제 막 마흔에 접어든 그는 돌연 증권가를 떠나 버린다. 단순히 증권가를 떠난 것이 아니라, 가족들까지 버리고

홀연히. 항간에는 그가 외간여자와 눈이 맞아 가족을 버렸다는 소문이 된다. 부인조차도 그렇게 생각한다. 

화자인 '나'가 스트릭랜드를 만나러 가면서 시작된다. 스트릭랜드 부인과 문인 모임에서 우연히 만나 친분을 쌓아

남편을 설득해서 가정으로 돌아오게 해 달라는 임무를 맡게 된 것이다. 

'나'가 스트릭랜드를 찾았을 때는 소문과는 달리 허름한 여관방에서 - 여자 없이 - 혼자 지내고 있었다.

스트릭랜드는 '나'에게 이제까지 자기 돈으로 떵떵거리며 살았으면 됐다며, 일말의 가책도

느끼지 않으며, 다시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으니 - 거의 꺼지라는 식으로 - 돌아가라고 윽박지른다.

 

 

화자인 '나'로서든, 현실의 '나'로서든 그렇게 괴팍한 인간은 처음이었다. 뭐랄까, 도덕관념이라고는, 아니,

손톱만큼의 양심도 없는 인간으로 비춰졌다. 그렇지만 동시에 무엇이 그를 그렇게까지 - 세간 사람들 눈에는 

정상궤도의 삶의 벗어나게 했을까, 싶었다. 물론 소설에서는 이른바 '동떨어지기' 기법을 사용하여 

그 이유에 대해 제대로 기술하지 않는다. 서머싯 몸은 의도적으로 화자인 '나'로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주워들은

간접적인 정보와, 그 자신이 스트릭랜드를 대면했던 짧은 경험을 바탕으로 추측하는 기법을 사용한다.

그럼으로써 스트릭랜드는 육체에 속해있지만 육체의 속박을 받지 않고, 영원과 예술을 갈망하는 영혼으로 그려진다.

오로지 그림을 통해 진실을 드러내야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힌 영혼의 존재.

 

 

그런 기법으로도 마흔 이전의 그의 삶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나 - 사회생활이라고는 아예 불가능할 것 같은 괴팍하고도 열정적인 존재가 그다지도 평범한 삶을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왔다고? 물론 이런 것을 불현듯 눈을 떴다거나,

갱년기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할 말은 없지만, 어느 쪽이든 그다지 납득은 되지 않는다.

 

물론 서머싯 몸의 작품 철학에서 어느 정도 그 배후(?)를 짐작해 볼 수는 있다. 그는 문학작품의 가장 큰 역할은

'재미'라고 말했다. 그가 초창기에 기승전결이 명확하고 당시의 대중들의 면전에서 상연해야 하는 '희곡'을 썼다는 

사실로도 드러나 보인다. 그러니까 그는 어쩌면 고갱의 모티브로 했지만, 그 자신마저도 의아해할 법한, 그 자신의 머릿속에서도 실제로 존재할 것 같지 않은, 기괴적으로 괴팍하고, 예술에 집착하는 한 영혼을 말그대로

조작해 낸 것은 아닐까.

 

이렇게까지 생각하니, 문학을 통해 내 나름의 가치관을 정립하려고 하는 나로서는 약간의 환멸감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내 딴에는 스트릭랜드의 괴팍한 말투나 행동을 보고서 어느 정도 쾌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세상의 관념에 순종해서 살지만 - 특히나 자처해서 자신을 따라온 유부녀가 자신과의

관계가 악화되자 자살을 해 버린 점에 대해,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부분과, 그걸 해명하는 부분(선택은

그 여인 본인이 한 것이다, 일견 일리가 있다) - 세간의 잣대를 벗어나 자신의 줏대를 똑바로 세우고 사는 모습에

동조하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서머싯 몸이 - 재미를 위해 - 만들어낸 허상이고, 조작이라면?

 

 

물론 문학에서 어떤 효용, 특히나 이상적인 어떤 것을 추구하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냐, 라는 담론에까지 논의를

확장할 생각은 없지만, 어찌됐든 재미는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작품을 읽다 어떤 한계점에 봉착한 것은 사실이다.

 

작품을 다 읽고 나서, 그것도 작품 해설을 통해 왜 제목이 달과 6펜스인지 알게 되었다(6펜스는 영국의 가장 작은

화폐단위이고 은색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달은 예술을, 6펜스는 세속을 뜻하니, 스트릭랜드는 달에 속하고, 그 외의 인물들(스트릭랜드에 매달리는 여인들(본처 포함))은 6펜스에 속한다고 단순히 분류해 버리는 것이 제대로 된 해석일까.

재미를 추구하는 서머싯 몸의 철학에 비춰본다면, 작품을 다 쓰고 나면 우연히 달이 보였고, 그 모양이 6펜스와 흡사하여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일종의 유희로 제목을 붙인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아무튼 서머싯 몸은 본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재미있게 읽었다. 다만 명성(?)에 비해 적이 가벼워 다소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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