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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 앵무새 죽이기 리뷰

by 북노마드 2024.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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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성경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이 있다는 소설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앵무새 죽이기

소설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으니, 읽으실 분들은 가볍게 스킵해 주시길^^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미국소설이 그다지 맞지 않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아무래도 철회를 해야 할 것만 같다.

소설에서의 진정성은 - 개인적인 견해지만 - 작가 자신의 경험의 비중을 어느 정도로 두냐가 중요한데 "호밀밭의 파수꾼"은 전적으로 허구 90%에 가깝다고 개인적인 판단을 내렸다. 그렇지만 홀든 콜필드(*남자 주인공)은 몇 주 동안을 - 지금까지도 - 내 뇌의 30% 정도를 차지해 버린 듯 싶다. 허구지만 존재감이 어마어마해다고나 할까.

​​

그런데 홀든 콜필드와 더불어 또 몇 주를, 아니 족히 몇 달은 내 뇌를 차지할 녀석들이 나타났다.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

소설 제목의 앵무새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앵무새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니까 새장에 갇혀서 사람들의 말을 따라하는 앵무새(parrot)가 아니라, Mockingbird는 다른 새의 울음소리를 흉내내는 흉내지빠귀라고 한다.

# "난 네가 뒤뜰에 나가 깡통이나 쏘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새들도 쏘게 될 걸야. 맞출 수만 있다면 어치새를 모두 쏘아도 된다. 하지만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어떤 것을 하면 죄가 된다고 아빠가 말씀하시는 걸 들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 앵무새 죽이기 中

젬, 그리고 스카웃. 이 둘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책의 화자는 스카웃이라는 여섯 살난 여자아이다. 젬은 그녀보다 네 살이 많은 열살배기로 스카웃의 오빠다.

책을 읽게 된 것은 간단하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다 읽고 나서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검색하다가 덩달아 추천을 해 주는 블로거들이 꽤 있는데다, 무엇보다 작품에 대한 평판이 장난이 아니었다.

# 성경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1위

# 1960년 출간 직후 미국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 이듬해 하퍼 리에게 퓰리처상의 영예를 안겨 준 작품

# 지금까지 40개 국어로 번역되어 4천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으며, 현재까지도 미국에서는 매년 1백만 부 이상씩 팔리고 있는 스테디 베스트셀러# 1991년 미국 국회 도서관 선정 [성경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1위

# 1998년 미국 『라이브러리 저널』 선정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1위

# 2008년 영국 [플레이닷컴] 선정 [영국인들이 꼽은 역사상 최고의 소설] 1위

책은 544페이지로 결코 가벼운 분량이 아닌데다, 무엇보다 평판과는 달리 초반부의 이야기들을 읽고 있노라면 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게 된 건지, 왜 제목은 앵무새 죽이기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몰입이 잘 되지 않아 완독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작품은 총 2부로 구성이 되어 있고, 1부는 부 래들리에 대한 이야기이고, 2부에서 어쩌면 이 작품을 명작의 반열에 올려놓은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 래들리는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은 중년 남자다. 공동체 활동이 강했던 1930년대의 미국의 시골 마을에서 그런 존재에 대한 - 지금도 그렇지만 - 아이들의 왕성한 호기심은 젬과 스카웃, 그리고 딜(방학마다 동네에 놀러오는 또래의 남자아이)은 부 래들리를 집 밖으로 꼬드겨 내자고 모종의 모략을 꾸민다. 작전은 실패한다. 그렇지만 얼마 후부터 부 래들리의 집 앞에 있는 나무의 구멍에 부 래들리로부터 조그마한 선물들이 도착한다(처음에는 젬, 스카웃을 닮은 비눗조각 인형).그렇지만 그 일을 눈치챈 부 래들리의 형(아마도 그럴 것이다)은 어느날 나무 구멍을 시멘트로 막아 버린다. 그 사건으로 젬은 눈물을 흠뻑 흘린다. 여기까지 읽으면 성장소설으로 읽히지만 그다지 큰 감회가 오지는 않는다.

2부는 톰 로빈슨이라는 젊은 흑인 남성이 마옐라라는 젊은 백인 여성을 강간한 사건으로 시작된다. 젬과 스카웃의 아버지인 애티커스 핀치는 변호사로서 톰 로빈슨을 변호하게 된다. 당시 분위기에서 백인 남성이, 그것도 소문이 금방 퍼지는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 흑인을 변호한다는 사실 자체가 큰 물의를 일으킨다. 백인들은 핀치를 깜둥이 애인이라고 놀린다. 그렇지만 핀치는 인간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해야 한다는 윤리관념이 뚜렷한 인물이다. 사건은 물증이 전혀 없는 상황이었고 오직 양자간(피고, 원고)의 구두 증언말이 유일한 증거였다. 당시 해당 주에서 강간은 사형이었다. 무죄 아니면 사형인 셈이다. 젬과 스카웃은 아버지의 변론을 듣게 되고, 젬은 강간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당사자인 마옐라의 증언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점과, 마옐라의 아버지인 밥 유얼의 목격 진술 또한 어딘가 헛점이 많다는 점을 눈치 채고는 속으로 우리가 이겼어, 라고 확신에 이른다. 모든 심문이 끝나고 배심원들은 심의에 들어가고, 핀치, 젬, 그리고 스카웃은 집에 돌아와 식사를 하면서 최종 판결을 기다린다. 그렇지만 젬의 예측과는 달리 톰은 유죄 선고를 받고 만다. 핀치는 낙담하면서도 상고심이 있으니 아직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한다. 젬은 그때의 사건으로 충격에 사로 잡힌다. 얼마 뒤 소식이 하나 들린다. 상고심 전까지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톰이 탈옥을 시도하다가 총살을 당했다는 소식이다. 그것도 무려 열일곱발의 총알이 그의 몸에 박혀 있었다고 한다.

얼마 뒤에 스카웃의 연극 공연이 끝나고 밤길에 젬은 스카웃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의 습격을 받게 된다. 알고보니 습격자는 밥 유얼(마옐라의 아버지)이었다. 감히 흑인을 변호하고, 법정에서 자신과 딸을 모욕했다는 것 때문에 앙심을 품은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밥 유얼은 부엌칼에 복부를 찔러 사망하고, 젬은 저항을 하는 과정에서 팔 하나가 부러지고 정신을 잃은 상황이다. 정신을 잃은 젬을 집까지 데려다 준 것은 그들이 그렇게 집 밖으로 나오게 하고 싶었던 부 래들리 아저씨다. 부 래들리는 스카웃에게 집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다. 스카웃은 부 래들리를 그의 집에 데려다 주고(그 이후로 다시는 부 래들리를 볼 수 없었다고 한다) 평생 처음으로 부 래들리의 집 앞에서 마을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 아빠의 말이 정말 옳았습니다. 언젠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고서는 그 사람을 정말로 이해할 없다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래들리 아저씨네 집 현관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 앵무새 죽이기 中

무엇보다 밥 유얼 사망의 진실은 젬이 일어나야 알 수가 있는 상황이다(스카웃은 연극 복장을 머리에 둘러 쓰고 있어서 주위가 보이지 않았다). 보안관은 이건 나무둥치에 발이 넘어지면서 밥 유얼이 본인이 가지고 온 부엌칼에 실수로 찔린 게 확실하다고 말하고, 핀치는 그렇지 않다고 젬의 잘못일 수도 있으니 정식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설은 아직 깨어나지 않은 젬의 침상을 핀치가 지키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꽤 오래 전에 <노예 12년>(2014년작), 이라는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 1840년대 미국에서는 노예 수입이 금지되자 흑인 납치 사건이 만연하게 된다. 미국 내 자유주(州)의 흑인을 납치해 노예주(州)로 팔아 넘기는 것. 음악가 '솔로몬 노섭', 노예 '플랫'! 두 인생을 산 한 남자의 거짓말 같은 실화! 1841년 뉴욕. 아내 그리고 두 명의 아이와 함께 자유로운 삶을 누리던 음악가 솔로몬 노섭(치웨텔 에지오포)은 어느 날 갑자기 납치되어 노예로 팔려간다. 그가 도착한 곳은 노예주 중에서도 악명 높은 루이지애나.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는 그에게 노예 신분과 ‘플랫’이라는 새 이름이 주어지고, 12년의 시간 동안 두 명의 주인 윌리엄 포드(베네딕트 컴버배치), 에드윈 엡스(마이클 패스벤더)를 만나게 되는데… 단 한 순간도 희망을 놓지 않았던 12년 간의 기록이 펼쳐진다!(네이버 영화 소개 中)

소설의 배경은 1930년대입니다. 미국의 남북전쟁이 꽤 오래 되었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찾아 보니 1861년부터 1865년까지 4년 동안 벌어졌다고 합니다(*전쟁 결과 남부연합군이 패했고, 미국 전역에서 노예제를 폐지(1865년 12월18일)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노예제가 폐지되고도 그렇게 오랫동안 미국에서 흑인의 존재가 어떤 존재였는지 소설을 읽으면서 굉장히 놀랬습니다. 작품의 저자 하퍼 리는 자신의 아버지가 변호사였으며, 실제로 아버지가 흑인을 변호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평론가들은 이 소설의 하퍼 리의 자전적 경험에 많이 의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것이 소설의 편익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간을 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특히나 대한민국에서는 족히 11시간은 비행기를 타고 가 볼 수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책 한 권만으로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왜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이 책을 꼽았는지 이해가 됩니다.

# But if our democracy is to work the way it should in this increasingly diverse nation, then each one of us need to try to heed the advice of a great character in American fiction, Atticus Finch, who said “You never really understand a person until you consider things from his point of view, until you climb into his skin and walk around in it.(그러나 점점 더 다양해지는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우리 각자가 "그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을 고려하기 전까지는, 그 사람의 피부 속으로 들어가서 그 속에서 걸어보기 전까지는 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미국 소설 속 위대한 인물 애티커스 핀치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고별 연설 中

게다가 이 책은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놓았다고 합니다. 문학의 영향력이 시대를 초월하고 전지구적이라는 사실에 벅차오르기까지 합니다.

간만에 인류애, 공정, 박애 등 좋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벅찬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럼 오늘 하루도 전지구적으로 행복하시길!


# 유튜브 영상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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