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작가가 13년 만에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내시고, 북토크를 하셨는데요.
운 좋게 당첨(?)이 되어서 오늘 학동역 건설회관에 다녀왔습니다.
오늘 오후 4시부터 북토크가 예정되어 있었고 3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다고 해서 최대한 가까이에서 작가님을 뵐 생각으로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작가님 덕분에 평생 갈 일이 없던 학동역에도 와 보네요. 저 멀리 건설회관(3층 대회의실가 북토크 장소)이 보입니다.
3시 15분 경에 대회의실 로비에 도착했는데 벌써부터 줄이 서 있네요(뻘쭘해 하실까 봐 차마 찰칵- 하지는 못 했네요). 그래도 일찍 도착한 탓에 d열에 앉게 되었습니다.
100석 정도라고 하는데 4시가 다 되니까 거의 꽉 찼습니다. 언제쯤 오시려나, 싶었는데 3시 55분 정도에 어? 김애란 작가님 아냐, 하는 분이 쓱- 지나가셨는데... 4분 뒤에 진짜 김애란 작가님이 등장하셨습니다. 북토크 중에 제가 잘못 본 게 아니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작가님은 일란성 쌍둥이라고 하네요. 오늘도 와 있다고. 그렇지만 작가님이 출생의 비밀(?)을 하나 더 말씀해 주셨습니다. 자기가 조금 더 귀엽게 생겼다는... ㅎㅎ
저도 몰랐는데 김애란 작가가 2003년도에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이번이 첫 북토크라고 하시네요. 그런 자리에 함께 하게 되어 너무나 영광스러웠습니다(물론 저도 김애란 작가님 포함하여 작가님과의 북토크 자리는 처음이었습니다).
사회는 신형철 평론가님이 맡아주셨는데요. 저는 소위 지식인들의 개그를 사랑하는 편인데, 그러니까 너무 가볍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게, 약간 비트는 위트를 사랑해서 중간중간에 자주 피씩- 웃어서 옆에 있는 분이 저를 쳐다봐서 슬쩍 민망하기는 했는데요, 그래도 재기 넘치는 걸 어떻게 하나요?
아무튼 4시부터 시작된 북토크는 5시 30분까지 1시간 30분간 진행되었습니다. 장소가 넓어서 편집부와 작가님이 싸웠다고 하는 후문이 있었지만 어찌됐든 강의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나가는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어쩐지 기분이 좋더라구요.
이번 장편 소설 출간을 기념한 북토크라서 어쩔 수 없이 소설의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는데, 제 기억에서 지워지기 전에 몇 가지 여기에 남겨 볼까 합니다.
Q. 작품을 읽으면서 두 가지가 섭섭했다. 첫 번째는 너무 짧다. 13년을 기다렸는데 너무 짧다. 물론 그 와중에 문장력이 훌륭한 것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짧아서 섭섭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두 번째는 "두근두근 내 인생(*첫번째 장편소설)"에서도 주인공이 10대 소년이었는데, 이번 장편에서도 주인공이 10대다. 나는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그리고 작가님도 그로부터 벌서 13년이 흘러서 우리 나이대(*평론가님이 작가님보다 4살이 많다고 합니다)의 주인공이 나올 걸 기대했다. 동년배의 인물들에 대한 김애란 작가만의 시각, 통찰력을 기대했던 것 같다.
A. 또 10년 뒤쯤에는 세 번째 장편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때는 아마 우리 또래(4~50대)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볼까 한다. 우스개 삼아 제목을 짓자면, "욱씬욱씬 내 중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관객들 웃음소리). 결핍을 가진 10대에 대해서 쓰고 싶었고 그들에게 반려동물(애완견, 애완도마뱀)을 설정한 것도 크게 보면 가족(반려)이라는 개념의 확장성을 부여하려고 했던 것 같다. 반려동물에 대해 얘기를 더하자면, 김혜리 작가의 <그림과 그림자> 라는 책에서 영감을 얻었던 것 같다. 우리 집에 가면 미니어처로 고흐의 <개> 그림이 있는데 작가의 설명이 재밌다. 인간에게는 개에 대한 공포가 있다고 한다. 공포가 어디서 오냐면, 개는 인간에게 무조건적인 복종을 한다. 그 복종에 대해 제대로 돌려주지 못할 것 같아서, 인간은 공포를 느낀다고 한다. 또 뱀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뱀은 인간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 눈도 꿈쩍하지 않는다고나 할까. 되레 인간이 뱀의 초연함이나 미끌거림 때문에 공포를 느낀다. 그래서 작품에서는 같은 애완동물이지만 개와 도마뱀을 그려보고 싶었다.
Q. 어려운 이야기지만 이야기의 실익이 있다고 보는가?
A. 이야기의 실익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가지 책들에서, 여러 가지 주장으로 나오고 있다. 그런 주장들에 대해 기본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이다. 왜 어렸을 때 전래동화난 신화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마냥 빨려 들지 않냐, 그런 몰입감이나 원초적 재미로서의 기능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그렇지만 말하지 못하는 진실에 대해 말하는 기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가 중한 병에 걸려서 병원비를 감당하는 것도 버거운데, 매일 병원으로 출퇴근하면 간호를 해야 하는 입장에 처한 자식이라면 실은 어쩌다가 한번쯤은 빨리 돌아가셨으면, 하는 생각을 어쩌면 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어디에 가서도 꺼낼 수 없는 이야기를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서 그런 것을 간접적으로 발견할 수가 있다.
Q. 왜 두 번째 장편이 13년이 걸렸냐?
A. 사실 13년 사이에 하나의 장편을 쓴 적이 있다. 일단 다 써 놓고, 이게 아닌데 싶어서 후회를 하는 시간,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했던 시간, 다시 보니 여전히 아닌 시간들을 보냈고, 결국에는 떠나보내기로 했다. 이런 걸 세상에 내보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그 사이사이 계속 단편을 써 왔다. 단편을 쓰다가 보니 또 시간이 흘려가 버렸다.
Q. 왜 세상에 내보내지 않기로 했는가?
A. 나도 글을 쓰면서 유혹에 빠진다. 독자를 꼬시고 싶다, 즉 이야기의 재미와 내가 독자들에게 보내고 싶은 메시지 사이에서 고민할 때가 많다. 나는 대체로 재미보다는 메시지를 선택하는 편이다. 헤어질 결심을 굳힌 소설은 재미에 집중되었던 것 같다.
Q. 100년 뒤쯤에 유작으로 발견되는 거 아닌가? 카프카처럼.
A. 그럴 일 없다. 정말 버렸다.
Q. 이번 작품은 처음부터 이렇게 결론을 내리기로 설계한 건가? 아니면 쓰다 보니, 그러니까 등장 인물이 자유의지로 움직여서 이렇게 쓰게 된 건가?
A. 마지막 장면, 즉 트럭 장면은 그렇게 끝내고 싶다는 어렴풋한 장면의 이미지만 있었다. 쓰다 보니 많이 바뀌었다. 덜어내고, 덜어내고, 완전히 날려 버린 것들도 많고.
평론가님과 작가님의 질문과 답변들이 뒤섰여 일부는 작가님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이야기에 대한 작가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지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절절히 느껴졌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참 작가들은 글도 잘 쓰지만 어쩜 말을 저렇게 잘 하는지, 감탄을 하며 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멋진 비유나 표현들이 많이 들어 우리말을 참 맛있게 하는 사람 곁에 있는 것 그 자체로 행복한 거구나, 라는 생각을 자주 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강의장을 꽉 채운 독서인들을 보면서도 뭔가 가슴이 벅차오르고 웅장해지는 기분이 들었던 멋진 북토크 시간이었네요^^
지금 단편을 7편 정도 완성을 했고, 3~4편을 하반기에 더 써서 내년도에 단편집을 하나 더 내실 계획이라고 하네요. 이번 단편집의 주제는 "돈과 이웃"이라고 하시네요. 최근의 관심사라고!
아무튼 김애란 작가님의 이번 장편 <이중 하나는 거짓말>, 많이 사랑해 주시고, 내년에 내실 단편집도 많이 많이 사랑해 주세요!
ps. 그리고 언젠가 내실 <욱씬욱씬 내 중년>이라는 장편소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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