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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공부가 돈이 되는 시간

[세계 3대 불륜소설] 마담 보바리 리뷰

by 북노마드 2024.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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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놀라운 책, 한 권을 들고 왔습니다.
 
<마담 보바리>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마 저는 올 연말 올해의 책으로 이 책을 선정할 확률이 높을 것 같네요.
 

 
소설 초반은 일단 진짜 보바리 부인이 누구인가, 라는 일종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기분이 듭니다. 그러니까 보바리 집안에서 샤를 보바리라는 아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시작이 되는데, 처음 등장하는 보바리 부인은 샤를의 어머니인 셈이죠. 이 부인 그(?) 보바리인가, 싶어서 읽다보면 불륜을 저지르기에는 모성애가 지나치고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게 그려집니다. 역시나 샤를이 금방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게 됩니다. 샤를의 아내도 역시 보바리 부인. 이 부인이 그(?) 보바리이라고 하기에는 소설 속에는 지독하게 못난 여인으로 그려집니다. 성욕이 핵심이기 때문에 못났다고 불륜을 못 저지리는 것은 아니지만, 쉽게(?) 바람을 피울 수는 없어 보였죠. 그러다가 보바리 부인(*샤를의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화병으로 죽게 됩니다. 그 즈음 샤를은 루오라는 노인의 집에 - 노인의 다리골절을 치료해주기 위해 - 왕진을 하고 있었습니다. 노인의 집에는 에마라는 이제 갓 스무살이 되어가는 딸 에마가 있었습니다. 왕진을 오고 가며 샤를은 묘하게 그녀에게 빠져 듭니다. 때는 아직 부인이 죽기 전이었습니다. 바가지를 잔뜩 긁어대는 보바리 부인과는 달리 무척이나 수줍어 하고 우아한데다 책도 많이 읽어서 대화도 샤를과 잘 통하는 편이었습니다. 첫번째 부인이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하고 나고 루오 노인은 둘 사이의 묘한 기류를 눈치 채고 둘을 맺어주게 됩니다. 그때 확신했습니다. 에미가 바로 보바리 부인이구나.
 
첫 번째 미션은 끝났고, 이제 두 번째 미션이 시작됩니다. 에마는 어떻게, 언제, 어떤 남자와 불륜을 시작하게 될까, 라는 미션. 에마는 신혼 초에 집을 꾸미는 것을 좋아합니다. 보바리 노부인(*샤를의 어머니)이 에마를 사치스럽다고 혼내는 장면이 나올 정도로 말입니다. 어느 날 샤를이 후작의 감기를 치료해준 대가로 후작 부부는 샤를 부부를 댁으로 초대합니다. 으리으리하고 반짝이는 문이 열리고 널찍한 집 안이 에마의 눈에 들어옵니다. 조상 대대로 정부에서 높은 자리를 맡아온 조상들의 초상들, 반짝이는 장신구들, 춤을 청하는 귀족, 에마의 허리를 휘어잡는 그의 손길 등이 집에 돌아와서도 에마의 마음을 들끓게 합니다. 후작의 집에 다시 한번 가고 싶지만 그 후로 후작의 초대는 일절 없습니다. 에마는 산책으로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그러다가 용빌이라는 마을로 이사를 하게 됩니다. 집 건너편에는 약사네 부부가 살고 있었고, 그 위층에는 레옹이라는 대학생이 세를 들어 살고 있습니다. 약사네 부부는 자주 샤를 부부를 식사자리에 초대하고 자연스레 레옹과 에마도 식사를 같이 하게 됩니다. 둘을 그렇게 안면을 트고, 오고가며 자주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 사랑에 빠집니다. 에마는 아닌 척 하면서도 은근히 레옹의 고백을 기다립니다. 그의 눈빛을 보면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게 확실하거든요. 그 즈음 에마는 딸까지 막 출산한 상황입니다. 순진했던 레옹은 도저히 한 가정을 자신의 손으로 깨뜨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욕망을 견딜 수가 없어, 파리에 있는 대학교로 유학을 가기로 결심하고 에마의 곁을 떠납니다.
 

 
갑작스럽게 레옹이 떠나버리자, 에마는 극심한 우울증에 빠집니다. 그 옆에서 샤를은 지극 정성으로 에마를 간호합니다. 몇 개월이 지나고 에마는 기력을 회복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루돌프라는 청년이 하인의 병 때문에 샤를네 댁을 방문합니다. 그곳에서 루돌프는 에마에게 한 눈에 반하게 됩니다. 샤를네 댁을 나서면서 어떻게 하면 에마를 가질 수 있을까, 라는 전략을 세우기까지 합니다. 알고 보니 루돌프는 희대의 바람둥이로 이제껏 여러 정부를 사귀어 왔습니다. 루돌프의 머릿속에는 적당한 기회가 주어지만 달콤한 말로 에마를 정복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생깁니다. 때를 기다리다가 마을 최대의 행사인 농업 진흥회에 결정적으로 에마와 단 둘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집니다. 루돌프는 놓치지 않고 그의 얼마나 열정적으로 에마를 마음에 품어 왔는지, 애를 태워 왔는지 고백합니다. 에마는 갑작스런 남자의 고백에 주춤하지만(책에서는 루돌프가 덥썩 잡은 손을 에마가 손을 빼는 장면이 그려짐) 얼마가지 않아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에마는 루돌프의 고백에서 그녀가 처음 욕망에 눈을 떴던 후작 댁에서의 장면, 레옹과의 대화에서 느꼈던 애틋한 감정들을 복합적으로 떠올립니다. 그들은 몇 년간의 비밀 연애를 합니다. 그리고 몰래 만났는 것에 진력이 난 에마는 루돌프에서 같이 도망가서 살자고 합니다. 아직 미혼인 루돌프는 극심한 부담감을 느끼고 에마에게 편지 한 통을 남기고 그녀 곁을 떠나 버립니다. 그 소식에 에마는 레옹이 떠난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오랫 동안 침상 신세를 지게 됩니다. 역시나 - 눈치 없는 - 샤를은 지극정성으로 에마를 돌봅니다. 겨우 병을 털고 일어난 에마의 앞에 어느 날, 레옹이 나타납니다.
 
이제 레옹은 더이상 순진한 대학생이 아닙니다. 자유분방한 파리에서의 생활이 그의 신념은 변화시킨 겁니다. 이번에는 어떻게든 에마를 손에 넣고 말겠다는 결심을 하고 나타난 것입니다.
 
에마는 과연 레옹과 다시 사랑을 할까요?
만약 그렇다면 에마는 언제까지 불륜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요?
 

 
결말은 책에서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책을 읽는 내내
 
남편인 샤를은 - 소설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 정말 아무런 것도 눈치를 못 채고 있었을까,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 하고 있었던 것일까, 라는 생각,
 
에마는 이런 식의 불륜은 언제까지 계속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
 
과연 귀스타브 플로베르라는 작가는 과연 불륜을 저지른 에마에게 어떤 식의 형벌을 내릴까, 아니면 내리지 않을까, 라는 생각,
 
내린다면 그건 톨스토이처럼 어떤 기독교적 신념에 입각한 권선징악적 처벌일까, 아니면 단순히 자신의 욕망에 휩싸여 버린 한 인간의 스스로의 파멸 같은 무신론적 처벌일까, 라는 생각,
 
그도 저도 아니면 어떤 해석도 내리지 않을까, 라는 생각,
 
이 머릿속을 지배했습니다.
 
책은 어떤 면에서는 실망했습니다. 세간에 알려진 편견대로 지나치게 선정적일 거라는 생각에 정면으로 위배가 되었으니까요. 플로베르는 어떤 에로틱한 묘사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에마 안에서 들끓어 날뛰는 욕망을 내 자신에 더 잘 투영하게 만들어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책을 덮으면서 어떤 희망 같은 걸 발견했습니다. 실은 어제 우연히 AI가 쓴 소설과 실제 사람이 쓴 소설을 구분하는 실험을 하는 영상을 봤습니다. 실험에 참가한 3명의 참가자 모두 AI 소설을 골라냈지만, 그들 모두 일부 어색한 표현과 비슷한 패턴의 반복 때문에 AI라고 생각했지만, AI 소설이라고 말해주지 않았다면 아마 아마추어가 쓴 소설 정도로 생각했을 거라고 답을 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더욱 가속화된 10년 뒤에는 아마도 알면서도 AI 소설을 가려내지 못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마담 보바리, 를 읽고 이런 소설은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오로지 인간만이 쓸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과연 위대한 문학이란 이런 것이구나.
 
이 소설이 제목과 세간의 시선이 주는 편견 때문에 사람들 손에 잘 쥐어지지 않는 게 안타까울 정도로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제가 나눠 드린 내용은 절반 정도의 내용입니다. 나머지 반은 리뷰로 약간의 스포를 당하셨더라도, 직접 읽으실 것을 강력하게 추천 드립니다.
 
문학에서의 인간의 손때는 10년, 20년... 100년 뒤에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리라,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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