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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공부가 돈이 되는 시간

"위대한 개츠비"를 제대로 번역한 출판사는?(ft.무라카미 하루키 최애소설)

by 북노마드 2021.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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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모르긴 몰라도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으로 알고 있습니다. 본인이 직접 번역한 버전까지 낼 정도니까요.

하루키 2006년 '위대한 개츠비' 번역 기념 이메일 인터뷰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하루키는 소설가이자 동시에 번역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번역을하면서, 다양한 선배 작가들의 '구조'를 공부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하루키 스타일'을 만

finding-haruki.com

하루키는 "위대한 개츠비"를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소설이라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소설이길래, 그럴까요?

이런 세계문학고전을 읽는 것은 인간 심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사람 심리에 정통하면 직장생활에서도, 개인적으로 하시는 사업에서도 눈부신 성과로 이어지리라 믿습니다. 그야말로 "문학 공부가 돈이 되는 순간"이 찾아오리라 믿습니다.



그의 책을 출판사별로 읽어 봤습니다.
번역은 반역이라는 우스개소리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번역 따위야,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그걸 가리는 시간에 한자라도 더 읽는 게 남는거라 생각했는데,

저자의 의도를 차치하더라도,
번역에 따라 책(*소설)의 내용이 얼마큼 다르게 독자에게 읽힐 수 있는지, 새삼 깨닫는 요즘이라,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번역 비교 시작해 보겠습니다.


[원문]
In my younger and more vulnerable years my father gave me some advice that I've been turning over in my mind ever since.
"Whenever you feel like criticizing any one," he told me, "just remember that all the people in this world haven't had the advantages that you've had."
He didn't say any more but we've always been unusually communicative in a reserved way, and I understood that he meant a great deal more than that. In consequence I'm inclined to reserve all judgments, a habit that has opened up many curious natures to me and also made me the victim of not a few veteran bores. The abnormal mind is quick to detect and attach itself to this quality when it appears in a normal person, and so it came about that in college I was unjustly accused of being a politician, because I was privy to the secret griefs of wild, unknown men.

Most of the confidences were unsought—frequently I have feigned sleep, preoccupation, or a hostile levity when I realized by some unmistakable sign that an intimate revelation was quivering on the horizon—for the intimate revelations of young men or at least the terms in which they express them are usually plagiaristic and marred by obvious suppressions. Reserving judgments is a matter of infinite hope. I am still a little afraid of missing something if I forget that, as my father snobbishly suggested, and I snobbishly repeat, a sense of the fundamental decencies is parcelled out unequally at birth.


[내식으로번역하기]

좀 더 어리고 여렸을 때(유약했을 때) 아버지는 내게 충고를 해 주셨다. 그때 이후로 나는 자주 그 말씀을 되새김질 해 왔다.

"남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싶을 때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너보다 좋지 않은 형편에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단다."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으나, 우리는 늘상 말과 표정 없이도 서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잘 알았기 때문에, 그 충고 이상의 의미를 나는 가슴에 새겼었다. 그래서 나는 신중하게 판단을 내리는 것을 좋아했고, 그 습관은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 얼씬 거리게 만들었고, 꽤나 자주 몹시 따분한 사람들에게 시달려야 했다. 비정상적인 정신은 정상적인 사람들에게서 그 특질이 나타날 때를 예민하게 알아차렸고, 그들과 나를 동일시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내 성정은 대학 시절까지 이르러 나는 정치적이라는 식으로 부당하게 비난당하게 만들었다. 그건 내가 잘 알지도 못한 무례한들의 은밀한 슬픔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상당히 어려운 표현들, 구문들이 많이 있습니다. more vulnerable years이라는 표현이라든지, turning over라는 표현이라든지. 특히나 so it came about that... 이런 구문은 어떻게 정확히 해석을 해야 할지 판단이 되지 않습니다. 해당 원문에 대해 제 식으로 번역한 것을 바탕으로 각 출판사들의 번역들의 깊.이.를 살펴 보겠습니다.


[문학동네]

지금보다 어리고 민감하던 시절 아버지가 충고를 한 마디 했는데 아직도 그 말이 기억난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
그 이상은 말하지 앟았지만 나는 아버지의 말이 훨씬 더 많은 뜻을 함축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우리 부자는 말 한마디 없이도 서로의 뜻을 이상하리만치 잘 알아차리곤 했다. 그후로 나는 모든 것에 대해 판단을 미루는 버릇이 생겼는데, 그 때문에 유별난 성격의 소유자들이 툭하면 나에게 접근해왔고, 따분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인간들로부터 적잖이 시달림을 받았다. 정상적인 사람에 조금이라도 비정상적인 특징이 나타나면, 비정상적인 정신은 얼씨구나 하며 잽싸게 달라붙게 마련이다. 억울하게도 대학시절에는 정치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는데, 별로 친하지도 않은 껄렁한 놈들의 은밀한 슬픈 사연까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내가 원하지도 않은데 찾아와 주절거린 것들이었다.

>>> 원문의 "turn over"를 "아직도 그 말이 기억난다"라고 해석했습니다. 자꾸 자꾸(over) 떠올려, 그 생각을 돌리는(turn) 뉘앙스인 것으로 봐서는 다소 원문가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민음사]

지금보다 어리고 쉽게 상처받던 시절 아버지는 나에게 충고를 한마디 해 주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속 깊이 되새기고 있다.

"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아버지는 더 이상 말씀하지 않으셨지만 우리 부자는 언제나 이상할 정도로 말없이도 서로 통하는 데가 있었고, 나는 아버지의 말씀이 그보다 훨씬 많은 뜻을 함축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모든 일에 판단을 유보하는 버릇이 생겼고, 그 때문에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들이 자주 나에게 다가오는 바람에 그야말로 지긋지긋한 사람들에게 적잖이 시달려야 했다. 비정상적인 사람들은 정상적인 사람에게 그런 특성이 나타나면 재빨리 알아치리고 달라붙게 마련이다.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난폭한 녀석들의 은밀한 슬픔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대학에 다닐 때 억울하게도 정치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들은 대부분 내가 원하지도 않는데 찾아와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 원문에서 "a habit that has opened up many curious natures to me and also made me the victim of not a few veteran bores."를 보면 a habit 뒤는 병렬관계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특히나 원문에 also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민음사는 이 부분을 "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들이 자주 나에게 다가오는 바람에 그야말로 지긋지긋한 사람들에게"라는 인과관계식으로 번역하였습니다.


[문예출판사]

내가 지금보다 더 젊고 여렸던 시절, 아버지께서 내게 충고를 한 가지 해주신 적이 있는데 나는 지금까지 늘 그 충고를 마음속에 되새겨왔다.
"누구든 흠잡고 싶은 맘이 생기거든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좋은 조건을 누리고 산 건 아니란 걸 잊지 말아라"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더는 말씀하시지 않았지만 우리는 언제나 말없는 가운데서도 남달리 잘 통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나는 아버지 말씀에 그 말 이상으로 큰 뜻이 들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결과 나는 모든 판단을 유보하는 성향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 버릇 때문에 나는 성격이 기이한 사람들로부터 빈번한 접근을 받았을 뿐 아니라, 지겹기 짝이 없는 사람들로부터 적지 않게 시달림을 당하기도 했다. 비정상적인 사람은 그런 특성이 정상적인 사람에게 나타나면 금방 알아차리고 그 사람에게 엉켜붙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나는 기질이 거칠면서도 과묵한 사람들의 남모를 슬픔을 나만이 알고 있다는 이유로 대학 다닐 때 부당하게 모사꾼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그들이 속내 얘기라는 것도 대부분은 내가 원해서 알게 된 것들이 아니었다.

>>> 현재까지는 가장 원문에 가까운 번역으로 보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unknown"을 "과묵한"으로 해석한 부분입니다.


[열림원]

내가 지금보다 나이도 어리고 마음도 여리던 시절 아버지가 충고를 하나 해주셨는데, 그 충고를 나는 아직도 마음속으로 되새기곤 한다.
"누구를 비판하고 싶어질 땐 말이다,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좋은 조건을 타고난 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도록 해라."
아버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 사이에는 언제나 긴 말이 없어도 이심전심으로 잘 통하는 데가 있었기 때문에, 아버지의 짧은 말씀 속에는 훨씬 많은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 결과 나는 무슨 일에서든 판단을 유보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이런 습성은 많은 괴짜들로 하여금 나를 찾아오게 만들었고, 그래서 나는 지겹기 짝이 없는 사람들로부터 적지 않게 시달림을 당하기도 했다. 비정상적인 사람들은 이런 특성이 정상적인 사람에게 나타나면 그것을 재빨리 알아차리고 찰싹 달라붙게 마련이다. 내가 대학 시절에 모사꾼이라는 당찮은 비난을 받았던 것도 이렇게 터무니없는 사람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 고민거리를 털어놓곤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부분 내가 원하지도 않는데 찾아와 속내를 털어놓았다.

>>> 역시나 나쁘지 않은 번역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wild"를 "터무니없는"으로 해석한 부분입니다.


[펭귄클래식코리아]

지금보다 더 어리고 상처 받기 쉬운 시절에 아버지는 내게 충고를 몇 마디 해 주셨는데, 나는 그것을 평생 가슴 속에 새겨두었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어질 때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네가 가진 장점을 다 가진 게 아니라는 사실만은 기억하렴."

아버지는 더는 말씀하지 않으셨지만, 우리 부자는 항상 말을 이끼면서도 유난히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이였기에 나는 아버지의 말에 더 이상의 더 큰 의미가 담겨 있음을 알았다. 결국 나는 모든 판단을 유보하는 성향을 갖게 되었다. 그런 성격 탓에 수많은 별난 사람들이 내게 마음을 터놓았고, 생각만 해도 지루하기 작이 없는 사람들이 표적이 되어 적잖이 시달리는 경우도 많았다. 정상적인 사람에게서 이런 자질이 엿보이면 비정상적인 사람은 재빨리 간파해서 그것에 달라붙는다. 그래서 대학 시절에는 잘 알지도 못하는 난폭한 녀석들의 은밀한 고민을 알고 있다는 이유로, 모사꾼이라는 부당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대부분의 비밀 고백은 내가 애써 얻으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

>>> 펭귄클래식코리아의 번역에 대한 안 좋은 선입견 때문인지 좋게 읽히지는 않지만, 원문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번역인 것 같습니다.


[결론]

1. 개인적으로 원문에 가장 유사한 번역은 "문예출판사"의 번역으로 보입니다. (일부 오류가 있지만 영어원문 구문에 가장 충실한 번역)

2. 하지만 "위대한 개츠비"의 번역은 출판사별로 일부 번역 오류가 있는 것 같지만, 큰 범위 내에서는 별다른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유사합니다.

3. 결론적으로, 각각의 출판사의 번역을 읽어보시고, 그야말로 개인 취향에 따라 출판사를 선택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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