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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공부가 돈이 되는 시간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제대로 번역한 출판사는?

by 북노마드 2021.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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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이 책처럼 유명한 책이 없겠죠?

 

이런 세계문학고전을 읽는 것은 인간 심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사람 심리에 정통하면 직장생활에서도, 개인적으로 하시는 사업에서도 눈부신 성과로 이어지리라 믿습니다. 그야마롤 "문학 공부가 돈이 되는 순간"이 찾아오리라 믿습니다.

 

자, 그럼 "죄와 벌"을 출판사별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시작에 앞서, 번역은 반역이라는 우스개소리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번역 따위야,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그걸 가리는 시간에 한자라도 더 읽는 게 남는거라 생각했는데,

저자의 의도를 차치하더라도,

번역에 따라 책(*소설)의 내용이 얼마큼 다르게 독자에게 읽힐 수 있는지, 새삼 깨닫는 요즘이라,

직접 비교해 봤습니다.


번역을 가리는 시간에 책을 읽으면 시간이 남지만,

제대로 된 번역을 읽는 게 기억이 남는다!

 

* 말씀드리지만 저는 러시아어 전공자가 아니라 아쉽게도 러시아 원문을 읽을 수 없습니다. 그나마 영문버전의 번역과 한글번역을 비교해 봤습니다. 

 

* 물론 영문번역도 어떤 출판사냐, 어떤 번역가냐에 따라 차이가 많겠지만 단순히 한글 번역본끼리만 비교하는 것보다는 러시아 원문에 더 충실한 번역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작성해 봤습니다.


▶ 영문판 (출처 : https://www.gutenberg.org/files/2554/2554-h/2554-h.htm)

 

On an exceptionally hot evening early in July a young man came out of the garret in which he lodged in S. Place and walked slowly, as though in hesitation, towards K. bridge.

 

He had successfully avoided meeting his landlady on the staircase. His garret was under the roof of a high, five-storied house and was more like a cupboard than a room.The landlady who provided him with garret, dinners, and attendance, lived on the floor below, and every time he went out he was obliged to pass her kitchen, the door of which invariably stood open. And each time he passed, the young man had a sick, frightened feeling, which made him scowl and feel ashamed. He was hopelessly in debt to his landlady, and was afraid of meeting her.

 

This was not because he was cowardly and abject, quite the contrary; but for some time past he had been in an overstrained irritable condition, verging on hypochondria. He had become so completely absorbed in himself, and isolated from his fellows that he dreaded meeting, not only his landlady, but anyone at all. He was crushed by poverty, but the anxieties of his position had of late ceased to weigh upon him. He had given up attending to matters of practical importance; he had lost all desire to do so. Nothing that any landlady could do had a real terror for him. But to be stopped on the stairs, to be forced to listen to her trivial, irrelevant gossip, to pestering demands for payment, threats and complaints, and to rack his brains for excuses, to prevaricate, to lie—no, rather than that, he would creep down the stairs like a cat and slip out unseen.


▶ 민음사

 

7월 초 굉장히 무더울 때, 저녁 무렵에 한 청년이 S 골목의 세입자에게 빌려 쓰고 있는 골방에서 거리로 나와 왠지 망설이듯 천천히 K 다리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계단에서 주인아주머니와 마주치는 것을 용케 피했다. 그의 골방은 높은 5층 건물의 지붕 바로 밑에 있어서 사람 사는 방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벽장 같았다.식사와 하녀의 시중이 딸려 있는 이 골방의 주인아주머니는 한 층 아래 따로 떨어진 집에 살았고, 때문에 그는 밖에 나갈 때마나 거의 항상 계단 쪽으로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주인아주머니의 부엌을 꼭 지나가야 했다. 그쪽을 지나갈 때마다 청년은 겁먹은 듯 뭔가 병적인 감각을 맛보았는데, 그것이 수치스러워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였다. 하숙비가 잔뜩 미렬 있어서 주인아주머니와 마주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원래 겁이 많고 주눅이 잘 드는 성격도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하지만 언제부턴인가 우울증과도 비슷한 신경질적이고 긴장된 상태가 되었다. 자신의 내면으로만 침잠하여 모든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었기 때문에 주인아주머니뿐만 아니라 그 누구와도 마주치는 것이 두려웠다. 가난에 짓눌려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쪼들리는 처지도 최근 들어서는 별로 부담이 되지 않았다. 


▶ 열린 책들

 

찌는 듯이 무더운 7월 초의 어느 날 해질 무렵, S 골목의 하숙집에서 살고 있던 한 청년이 자신의 작은 방에서 거리로 나와, 왠지 망설이는 듯한 모습으로 K 다리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는 다행히도 계단에서 여주인과 마주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그의 작은 방은 높은 5층 건물의 지붕 바로 아래에 있었는데, 방이라기보다는 벽장 같은 곳이었다. 여주인은 그보다 한 층 아래에 있는 독립된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고,그는 그녀로부터 식사와 하녀를 제공받고 있었다. 그런데 청년은 거리로 나갈 때마다 항상 계단을 향해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여주인의 부엌 옆을 지나야 했으므로 그때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병적인 두려움을 느꼈는데, 이로 인해 부끄러워하면 눈살을 찌푸리곤 했다. 방세가 밀려 있었기 때문에 여주인과 만날까 봐 겁이 났던 것이다. 

그는 본래 겁이 많고 소심함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그의 성격은 오히려 정반대였다. 하지만 그는 언제부터인가 긴장과 초조 상태에 있는 우울증 환자처럼, 자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서 여주인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와도 만나기를 꺼릴 정도로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있었다. 그는 가난에 찌들어 있었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그런 절박한 사정에 대해 괴뢰워하지 않게 되었다. 


▶ 을유 문화사 

7월 초, 지독히도 무더운 때의 어느 저녁 무렵, 한 청년이 S 골목의 셋집에 있는 자신의 조그만 하숙방에서 거리로 나와, 왠지 망설이는 듯한 모습으로 느릿느릿 K 다리 쪽으로 발걸음을 떼었다. 

운 좋게도 여주인과는 층계에서 마주치지 않았다. 그의 좁은 방은 높다란 5층 건물의 지붕 아래에 있었는데, 방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장롱에 가까운 곳이었다. 식사를 제공하고 하녀가 시중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이 작은 방을 빌려 준 하숙집 여주인은 한 층 아래에 있는 독립된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외출할 때마다 그는 거의 언제나 층계 쪽으로 활짝 열려 있는 여주인의 부엌 옆을 지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때마다 청년은 옆을 지나치면서 어쩐지 병적인 두려운 마음이 들었고, 그것이 수치스러워서 얼굴을 찌푸리곤 했다. 여주인에게 상당한 빚을 지고 있어서 그녀와 마주치기가 두려웠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원래 그토록 겁이 많고 소심한 성격이었던 것은 아니고 오히려 정반대였으나 얼마 전부터는 우울증과도 흡사한, 늘 초조하고 긴장된 상태에 놓여 있었다. 그는 지나치게 자기 자신 속에만 틀어박혀 모든 사람들러부터 고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여주인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와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는 가난에 몹시 쪼들리고 있었지만, 이 절박한 상태도 요즘은 그를 짓누르지 못했다. 


1. 일부 해석의 오류(의미 전달의 오류)

 

1) 영어원문 : The landlady who provided him with garret, dinners, and attendance

                 >> 영어 원문은 주인아주머니가 (주인공인) 그에게 골방, 식사, 하녀의 시중을 제공한다는 의미입니다.

2) 민음사 : 식사와 하녀의 시중이 딸려 있는 이 골방의 주인아주머니는 한 층 아래 따로 떨어진 집에 살았고

             >> 마치 주인아주머니에게 식사와 하녀의 시중이 딸려 있는지, 골방에 딸려 있는지 명확치 않음.

 

3) 열린 책들 : 여주인은 그보다 한 층 아래에 있는 독립된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고, 그는 그녀로부터 식사와 하녀를 제공받고 있었다. 

           >>영어 원문에 충실하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4) 을유문화사 : 식사를 제공하고 하녀가 시중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영어 원문에 충실하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2. 전체적인 느낌

 

민음사, 열린 책들, 을유문화사 모두 믿을만한 출판사라서 큰 줄거리상 오류는 거의 없는 듯싶습니다. 그런데 보시다시피 가뜩이나 만연체인 도스토예프스키의 글을 한글로 최대한 짧게 치는 출판사가 "민음사"이고, 길게 늘어쓰는 출판사가 "열린책들", "을유문화사"입니다. 

 

1) 

영어원문 : On an exceptionally hot evening early in July

민음사 : 7월 초 굉장히 무더울 때

열린 책들 : 찌는 듯이 무더운 7월 초의 어느 날 해질 무렵

을유문화사 : 7월 초, 지독히도 무더운 때의 어느 저녁 무렵

 

2)

영어원문 :  but for some time past he had been in an overstrained irritable condition, verging on hypochondria. He had become so completely absorbed in himself, and isolated from his fellows that he dreaded meeting, not only his landlady, but anyone at all.

>> 2문장으로 구성됨

 

민음사 :  하지만 언제부턴인가 우울증과도 비슷한 신경질적이고긴장된 상태가 되었다. 자신의 내면으로만 침잠하여 모든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었기 때문에 주인아주머니뿐만 아니라 그 누구와도 마주치는 것이 두려웠다. 

>> 2문장으로 구성됨

 

열린 책들 : 하지만 그는 언제부터인가 긴장과 초조 상태에 있는우울증 환자처럼, 자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서 여주인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와도 만나기를 꺼릴 정도로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있었다. 

>> 1문장으로 이어 

 

을유문화사 : 얼마 전부터는 우울증과도 흡사한, 늘 초조하고 긴장된 상태에 놓여 있었다. 그는 지나치게 자기 자신 속에만 틀어박혀 모든 사람들러부터 고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여주인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와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 2문장으로 구성하였지만, 늘어쓰는 경향이 있음.


3. 총평

어떻습니까? 가뜩이나 만연체로 유명한 도스토예프스키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민음사의 번역을 더 추천드립니다.

민음사 >> 열린책들 >> 을유문화사 

 

물론 제가 발췌해 놓은 번역을 읽으시고 본인이 읽으시기에 더 편안한 출판사를 선택하는 것이 더 맞겠지만요.

 

그럼 도스토예프스키와 함께 즐거운 독서하시기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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