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죄와 벌"과 더불어 반드시 읽어봐야 할 명작입니다.
이런 세계문학고전을 읽는 것은 인간 심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사람 심리에 정통하면 직장생활에서도, 개인적으로 하시는 사업에서도 눈부신 성과로 이어지리라 믿습니다. 그야말로 "문학 공부가 돈이 되는 순간"이 찾아오리라 믿습니다.
그의 책을 출판사별로 읽어 봤습니다.
번역은 반역이라는 우스개소리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번역 따위야,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그걸 가리는 시간에 한자라도 더 읽는 게 남는거라 생각했는데,
저자의 의도를 차치하더라도,
번역에 따라 책(*소설)의 내용이 얼마큼 다르게 독자에게 읽힐 수 있는지, 새삼 깨닫는 요즘이라,
요즈음 읽고 있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카의 형제들" 번역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번역을 가리는 시간에 책을 읽으면 시간이 남지만,
제대로 된 번역을 읽는 게 기억이 남는다!
* 말씀드리지만 저는 러시아어 전공자가 아니라 아쉽게도 러시아 원문을 읽을 수 없습니다. 그나마 영문버전의 번역과 한글번역을 비교해 봤습니다.
* 물론 영문번역도 어떤 출판사냐, 어떤 번역가냐에 따라 차이가 많겠지만 단순히 한글 번역본끼리만 비교하는 것보다는 러시아 원문에 더 충실한 번역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작성해 봤습니다.
[영어원문] (*출처 : https://www.gutenberg.org/files/28054/28054-h/28054-h.htm)
Chapter I.
Fyodor Pavlovitch Karamazov
Alexey Fyodorovitch Karamazov was the third son of Fyodor Pavlovitch Karamazov, a land owner well known in our district in his own day, and still remembered among us owing to his gloomy and tragic death, which happened thirteen years ago, and which I shall describe in its proper place. For the present I will only say that this “landowner”—for so we used to call him, although he hardly spent a day of his life on his own estate—was a strange type, yet one pretty frequently to be met with, a type abject and vicious and at the same time senseless. But he was one of those senseless persons who are very well capable of looking after their worldly affairs, and, apparently, after nothing else. Fyodor Pavlovitch, for instance, began with next to nothing; his estate was of the smallest; he ran to dine at other men’s tables, and fastened on them as a toady, yet at his death it appeared that he had a hundred thousand roubles in hard cash. At the same time, he was all his life one of the most senseless, fantastical fellows in the whole district. I repeat, it was not stupidity—the majority of these fantastical fellows are shrewd and intelligent enough—but just senselessness, and a peculiar national form of it.
[문학동네]
제1편 어느 작은 집안의 내력
1.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
알렉세이 표드로비치 카라마조프는 우리 군의 지주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의 셋째 아들이었는데, 이 지주로 말하자면 정확히 십삼 년 전에 맞이했던 그의 비극적이고도 음침한 최후로 인해 당시에는 어지간히 유명했던 인물로(하기야 우리 고장 사람들은 지금도 여전히 회상하곤 한다), 그의 최후에 대해서는 앞으로 적당한 대목에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지금 바로 이 '지주'(그가 자신의 영지에서 산 적은 평생토록 거의 없었지만 우리 고장에서는 그를 이렇게 불렀다)에 대해 말해두려는 것은 그저, 그가 괴상하지만 주위에서 꽤나 자주 마주치게 되는 유형, 즉 너절하고 방탕할 뿐만 아니라 아둔해빠진 인간 유형 - 그러나 자신의 재산과 관련된 자질구레한 일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 처리할 줄 알고, 오로지 이런 일 하나만 할 줄 아는 듯싶은 그런 자들에 속하는 유형이었다는 점이다. 표도르 파블로비치는 그 예로, 거의 무일푼으로 싲가한데다 지주라고 해봐야 가장 보잘것없는 소지주에 지나지 않아 남의 집 식탁을 이리저리 쫓아다니며 식객 자리나 노리고 살았지만, 정작 최후를 맞이한 순간에 보니 그에겐 10만 루블이나 되는 돈이 현찰로 있었다. 동시에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평생 우리 군 전체에서 가장 아둔한 반미치광이들 중 하나이기도 했다. 다시금 되풀이하지만, 이건 얼뜨기라는 얘기가 아니다. 이 반미치광이들 중 대다수는 꽤나 영리하고 교활하며 - 내가 여기서 말하는 것은 다름아닌 아둔함, 그것도 그 어떤 독특한, 민족적인 아둔함이다.
[민음사]
1편 어느 집안의 역사
1.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
알렉세이 표도르비치 카파마조프는 우리 군의 지주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의 셋째 아들이었는데, 그의 아버지는 정확히 십삼 년 전 비극적이고 어두운 최후를 맞이했기 때문에 (지금도 우리 도시에서는 회상하곤 할 만큼) 한때 대단한 유명세를 탔던바, 그의 최후에 대해서는 때가 되면 얘기를 하겠다. 지금 이 '지주'(비록 그가 자기 영지에서 살았던 적은 평생 동안 거의 없었지만 우리 도시에서는 이렇게 불렀다.)에 대해 말해 둘 것은 그저, 그가 상당히 자주 마주치긴 하더라도 이상한 유형, 그러니까 걸레같이 방탕할 뿐만 아니라 말이 통하지 않는 멍청한 인간 유형 - 하지만 멍청하긴 해도 자신의 재산과 관련된 일만은 능수능란하게 처리할 줄 아는, 다만 오직 이런 일 하나만을 할 줄 아는 그런 족속에 속하는 유형이라는 점뿐이다. 표도르 파블로비치는 그 예로서, 거의 땡전 한 푼 없이 시작한 데다가 지주라고 해 봐야 가장 보잘것없는 수준이어서 남의 식탁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식객 자리나 노리는 처지였지만, 최후를 맞이한 순간에 보니 10만 루블이나 되는 돈을 현금으로 갖고 있었다.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평생 동안 줄곧, 우리 군을 통틀어서 아주 멍청하기 짝이 없는 미치광이기도 했다. 다시금 반복하건대, 이것은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다. 오히려 이런 미치광이들은 대부분이 상당히 영리하고 교활할뿐더러 - 그러면서도 말도 통하지 않을 만큼 멍청한데 그건 어쩐지 러시아 민족 특유의 멍청함이었다.
[열린책들]
제1권 어느 집안의 내력
1. 표도르 빠블로비치 까라마조프
알렉세이 표도르비치 까라마조프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3년 전에 일어난 비극적이고 의문투성이의 죽음으로 인해 한때 상당히 널리 알려진(물론 지금도 우리들에게는 여전히 기억되고 있는) 우리 군의 지주 표도르 빠블로비치 까라마조프의 셋째 아들이었다. 그 사건에 관해서는 때가 되면 이야기할 생각이다. 그렇지만 지금으로선 그 <지주>(그가 비록 자신의 영지에서는 거의 살지 않았지만 우리들은 그를 그렇게 불렀다)가 괴상한 유형이었고, 또한 아주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쓸모없고 생활이 문란하며 어리석은 사람이긴 해도, 자신의 재산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상당히 일 처리를 잘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밝혀 두고자 한다. 예를 들어, 표도르 빠블로비치는 거의무일푼으로 시작했고 정말 보잘것없는 지주에 불과했으며 남의 집 식탁을 찾아다니거나 부잣집 식객으로 초대받을 기회만을 노렸지만, 그가 죽을 때 그의 수중에는 약 10만 루블 가량의 현금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어리석은 광기를 드러내는 짓을 한평생 멈추지 않았는데, 그것은 우둔한 짓이 아니었고 대부분은 영악하며 교활한 것이었다. 즉, 그 어리석음이란 특별히 민족적 특성을 지닌 그 무엇이었다.
1. 일부 해석의 과대번역(?)
1) 영어원문 : but just senselessness,
2) 문학동네 : 내가 여기서 말하는 것은 다름아닌 아둔함
3) 민음사 : 말도 통하지 않을 만큼 멍청한데
4) 열린책들 : 즉, 그 어리석음이란
>> 민음사가 원문에는 없는 "말도 통하지 않을 만큼"이라는 수식어를 추가하였습니다.
1) 영어원문 : his gloomy and tragic death
2) 문학동네 : 비극적이고도 음침한 최후로
3) 민음사 : 비극적이고 어두운 최후를
4) 열린책들 : 비극적이고 의문투성이의 죽음으로
>> 열린책들이 tragic을 "의문투성이"라고 과도하게 번역한 느낌입니다.
2. 단어수, 문장수 비교
1) 영어원문 : 단어수 - 219개, 문장수(공백제외) - 1001개
2) 문학동네 : 단어수 - 180개, 문장수(공백제외) - 564개
3) 민음사 : 단어수 - 182개, 문장수(공백제외) - 549개
4) 열린책들 : 단어수 - 135개, 문장수(공백제외) - 452개
>> 딱 봐도, 열린책들의 번역이 압도적으로 간결합니다.
3. 결론
1) 번역의 충실성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문학동네 > 민음사 > 열린책들
2) 읽기 수월한 번역
열린책들 > 민음사 > 문학동네
>>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은 가뜩이나 만연체로 유명합니다. 번역체라도 간결한 게 읽기가 더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0. 나오면서
세개의 출판사는 나름대로 이름이 있는 출판사들입니다. 그래서 솔직히 도입부만 읽어봐서는 별다른 차이점은 발견되지 않습니다.
물론 제가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 순위를 매기기는 했지만, 여러분께서는 3개 출판사의 문장 중에서 본인이 후루룩~ 잘 읽히는 출판사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책을 직접 보고 책표지나 책디자인이 더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도(*농담처럼 말씀드렸지만, 실제로 책디자인은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칩니다) 좋을 정도로 별다른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그럼 세계문학과 함께 행복한 시간 보내시기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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